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가 지난달 27일 발표된 가운데, 올해는 유독 수능 만점자에 대한 관심이 높았습니다. 전국적으로 배출된 수능 만점자가 33명에 달했기 때문인데요. 이는 지난해 6명의 수능 만점자가 나왔던 것에 비하면 5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무려 66명의 만점자를 탄생시켰던 2001학년도 수능시험이 살짝 떠오르는데요. 10여년만의 '만점풍년' 속에 경기도에도 5명의 수능 만점자가 나왔습니다.

주인공은 고양국제고 재학생 원유석 군과 수지고 졸업생 이예찬 씨. 용인외고 재학생 백도현 군과 강다연 양, 그리고 용인외고 졸업생 박영석 씨입니다.

 

 

왼쪽부터 용인외고 백도현·박영석·강다연, 고양국제고 원유석, 수지고 이예찬.

 

영광스런 얼굴들인데요. 이 가운데 고양국제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원유석(19.남)군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원 군은 국어B, 수학A, 영어B, 사회탐구(한국사, 경제), 제2외국어(한문) 5개 영역 6과목에서 단 한 문제도 틀리지 않아 만점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전과목 1등급은 물론 표준점수 604점에 달하는 성적인데요.

수능 만점에는 어떤 비법이 있었던 걸까. 지금부터 원유석 군의 '시크릿노트'를 공개합니다.

 

 

 

- 제2외국어까지 6개 과목 모두 만점이다. 가채점 후 기분 어땠나?

시험 마치고 와서 가채점 해보니 만점이었다. 원래 모의고사 볼 때 마킹 실수를 거의 안 하는 편이라 기대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성적발표가 나기까지 확실치 않아서 가족에게만 이야기 하고 채점 결과를 주변에 알리진 않았다.

- 성적 발표결과 정말 만점이었다. 소식을 접한 가족들과 주변 반응은?

부모님이 평소 무뚝뚝한 편인데, 만점 소식을 전하자 많이 좋아하셨다. 친구들은 기사 나온 걸 알려주면서 축하해줬다. 초등학교, 중학교 친구들에게도 기사를 봤다며 연락이 왔다. 대체로 어떻게 만점을 맞았냐고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 수능 보기 전 모의고사에서 만점 맞아본 적 있나?

4월 교육청 모의고사 때 만점 받았었다. 그땐 제2외국어는 안 보고 사탐까지만 봤었는데, 이번엔 제2외국어까지 만점을 맞은 거다. 아무래도 그때 만점 때문에 학교에서 기대가 컸었다. 그래서 수능 목표도 만점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수시 지원한 게 자신이 없어서 정시에 무조건 만점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모든 문제가 쉽진 않았을 것 같은데, 특별히 어렵거나 고민했던 문제가 있다면?

사실 올해 수능 유형이 크게 바뀐다고 해서 굉장히 쉽게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영어가 되게 어려웠다. 빈칸추론 문제가 있었는데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답을 맞춰보니 나만 다르더라. 그래서 틀린 줄 알았는데 나중에 답을 보니 내가 맞힌 거였다. 그 문제가 오답률이 높았다. 경제 20번 문제도 어려웠다. 계속 고민하다 마지막 1분을 남기고 답을 바꿨는데, 다행히 맞았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 이제 모두가 궁금해 하는 질문이다. 어떻게 공부했는지 비법이 알고 싶다.

사실 딱히 해드릴 말이 없다. 다 똑같이 수업 듣고 공부한 거라서. 내 생각엔 사람 성격 따라 다른 것 같다. 잘 보는 애들도 긴장하면 틀린다. 만점도 한 끗 차이다. 3개 틀린 아이도 나보다 공부 잘했던 친구다. 그날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그래도 비법을 이야기하자면, 나는 고3 때 다른 애들보다 공부를 덜 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밤에 잠 안 자고 공부하는 것보다 학교에서 하려고 했다. 그래서 고2 때보다 오히려 잠을 더 많이 잤다. 컨디션 조절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한 거다. 오죽하면 부모님이 걱정하실 정도였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다 매주 주말에 집에 갔는데, 집에선 책을 전혀 안 봤기 때문이다. 단, 수능 공부는 고2 때까지 거의 끝냈다. 고3 때는 공부를 따로 더 한 건 아니고 계속 컨디션 조절을 하면서 연계교재만 풀었다. 개념은 이미 배운 상태로 올라가니까 일부러 그렇게 했다.

- 내년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 나만의 공부법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과목별로 말씀드리겠다. 쉬운 것부터 말하자면 사회탐구는 한국사, 경제를 했는데 기출문제를 많이 봤다. 선생님께서 경제는 개념보다 문제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EBS 연계교재를 보고 맨날 틀리는 것만 뽑아서 풀었다. 개념노트도 만들었다. 유일한 암기과목인 한국사도 양이 많아서 수능 한 달 전에 개념노트를 만들어 계속 봤다.
수학은 2학년 때까지 개념을 잡았다 생각하고 3학년 때는 가끔씩 모르는 게 있을 때 정석 같은 개념서를 보는 정도로 했다. 미분계수 정의 같은 맨날 틀리고 싫어하는 문제만 집중적으로 골라서 했다. 그렇게 약한 문제만 공략해서 풀다 보니 나아지더라. 어느 단계부터 노하우가 생기고 풀이도 빨라졌다.
영어 같은 경우는 우리학교가 국제고라 내신시험이 수능보다 훨씬 어렵다. 그래서 다른 과목보다 준비를 덜했다. 1, 2학년 때 탭스도 했으니까 단어를 따로 외우고 그런 건 없었다. 학교에 영어 과목이 워낙 많다보니 이 학교 와서 많이 배운 것 같다.
국어는 2등급이 자주 나왔던 과목이다. 다른 과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해 준비를 많이 한 편이다. 문법은 많이 외워야 해서 고2 때부터 EBS강의 중 문법 부분만 들었던 것 같다. 여기에 수능에 나오는 요소가 다 있더라. 비록 수능에선 지식을 측정한다기보다 보기를 보고 응용하는 식으로 나오지만, 용어 같은 것은 확실히 알아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용어를 모르면 헷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법도 노트를 만들었다. 문학은 연계교재에 있는 걸 계속 읽고, 모르면 건 인터넷 뒤져서 보고 그랬다.

 

 

 

- 공부도 전략이 필요할 것 같다. 수능까지 시간 배분은 어떻게 했나?

사실 수능을 준비했던 시간은 고1 때부터다. 입학과 함께 수능만 생각했다. 그리고 2학년 2학기 겨울방학 때부터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올해 2월쯤 EBS 연계교재가 나왔는데, 겨울방학 때 한국사를 다 하고 경제도 책을 사서 마스터했다. 그렇게 겨울방학엔 사탐만 했던 것 같다.
고3 시작 후엔 시험 볼 때마다 약점이 발견되면 보완하는 식으로 했는데, 9월쯤 거의 됐던 것 같다. 수능 한 달 전엔 출판사에서 내는 책으로 된 문제집을 마구 풀었다. 연계교재는 다 봐서 볼 필요가 없더라. 한 달 전은 공부보다 마인드 컨트롤이다. 일주일 남겨 놓고는 요약정리 했던 것만 보고, 싫어했던 문제들 위주로 다시 보고 그랬다. 수능 전 날과 수능 날은 아예 책을 안 봤다.
이렇게 계획적으로 했던 것은 직업군인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나 보다. 성격 자체가 결벽증처럼 계획을 딱딱 세우고 그런 걸 좋아한다. 그런 성격이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 고양국제고에서 공부하며 특별히 도움 됐던 부분은?

중학교 때와 비교해 많이 자유로워서 좋았다. 선생님들도 편하게 대해주신다. 다른 특목고는 영어만 쓰는 시간도 있고 운동도 하고 그런 게 있다고 들었는데, 여기는 그런 게 없다. 억지로 뭘 시키기보다 자유롭게 풀어주는 편이다. 그리고 우리 학교에는 외국에서 중학교를 다닌 애들이 많아서 그런 친구들과 영어로 이야기하다 보니 회화도 늘더라.

- 어릴 때부터 공부 잘했나?

그런 소린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중학교 때는 계속 전교 1등이었다. 하지만 여기선 아니다.

- 공부하다 보면 놀고 싶은 유혹도 많을 텐데, 어떻게 이겨냈나?

주말이면 집에 가서 쉬니까 그런 유혹이 있을 때마다 "집에 가면 놀자" 그 생각만 했다. 학교에선 10시간만 채우고자 했다. 처음부터 목표를 할 수 있을 만큼만 잡았다. 10시간이면 쉬는 시간 빼고 공부하랄 때만 해도 채운다. 일주일에 10시간이면 50시간이다. 학교에서 안 자야 이 시간을 채울 수 있어 되도록 교실에서 안 자려고 했다. 대신 주말에 집에 가서 책도 안 보고 그냥 쉬고 놀았다. 오죽하면 엄마가 담임선생님에게 전화까지 했다.

 

 

 

- 집에 가면 주로 뭘 했기에 어머니께서 걱정하셨나?

일단 잠을 푹 자고, 축구게임을 주로 했다. 그렇다고 게임 자체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원래 축구를 좋아한다. 프리미어리그에 관심이 많아서 유럽축구중계도 자주 봤다. 고3 때도 집에 가면 생중계를 챙겨 보고 그랬다. 팀은 아스날을 좋아한다. 반 페르시의 영향으로 팬이 됐다. 선수 중엔 아스날의 미드필더 잭 윌셔를 가장 좋아한다. 원래 반 페르시였는데, 타 팀으로 가는 바람에 윌셔로 바뀌었다.

- 현재 경기도민인데, 고향도 경기도인가?
파주시 문산에서 태어나 4살 때까지 살다가 월롱면 쪽에서 오래 살았다. 주변에 공장이 많았는데, 시골이다 보니 친구들과 어울려 재밌게 놀았던 기억이 있다. 중학교 때부터는 금촌으로 이사 와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 대학교는 어딜 지원했나?

수시로 서울대 정치외교학과를 지원했다. 12월 7일 발표 예정이다.

- 미래가 기대된다.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포부 한마디 부탁한다.

외교관이 꿈이다. 그런데, 해외에 나가서 일하는 것보다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싶다. 특히 국내 안보문제에 관심이 많다. 아무래도 군인인 아버지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수시 자기소개서에도 썼지만, 연평도 포격사건 때 아버지가 한 달 동안 안 들어오셔서 걱정을 많이 했던 기억이 있다. 최전방 군인 아들이라 느낌이 달랐다. 그때부터 북한 문제에 관심이 생겼는데, 나중에 통일이 오면 그 엄청난 상황 속에 정책적으로 기여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